플라스틱 만다라│생명과 치유를 기도하는 '에코 오롯 정은혜'

바다에 뿌린 고통을 모아 애도의 만다라를 만들다

출저│플라스틱만다라. 에코오롯

2020 플라스틱 만다라

제주 바다에서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들을 주워 모아 만다라 환경 운동 생태예술 프로젝트 '2020 플라스틱 만다라'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작가를 소개해드릴까합니다.

 

작업하는 방식은 간단합니다. 바닷가에서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들을 줍는데 모레만큼이나 작아서 채를 이용해 모레와 플라스틱을 구분합니다, 그렇게 모은 플라스틱 알갱이로 만다라를 만듭니다. 

 

www.youtube.com/watch?v=4QlnpmH_gUA

왜 만다라일까?

정은혜 작가님은 티베트 불교의 모래 만다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티베트 스님들은 며칠 혹은 몇 주에 걸쳐 색 모래로 불교문양으로 수놓습니다. 저도 명상모임에서 실제로 색모레로 만다라를 만들어 본 적이 있었는데, 참 허리가 아프고, 눈이 침침해지고 손에 집중해야기 때문에 숨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만드는 과정은 단순했지만, 꽤 고통을 요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만다라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마지막에 인데요, 바로 잠시 동안만 감상 시간을 주어졌고 만다라를 저의 손으로 망가트리는 거였습니다. 고생해서 만든 만다라를 쉽게 망가트리지 못했는데, 한 번 흐트러트리니 아주 시원하게 흐트러버렸습니다. 

만다라 그리는 모습, 지우는 모습

티베트 스님들의 모레 만다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만다라 작업이 끝나자 만다라를 감탄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며칠씩 걸려 작업한 이 정교한 작품을 1시간 만에 종교 의식을 하면서 사라지게 합니다. 그 모래를 모아 가까운 강이나 바다에 흘려보내는데, 만다라를 만드는 동안 그 모래에 담은 축복들이 물길을 따라 온 세상에 닿기를 바라는 기도를 뜻합니다. 

출저│플라스틱만다라. 에코오롯

반면에 플라스틱 만다라는,

바다를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을 제주도 바닷가에서 주워 만듭니다. 작은 플라스틱을 찾는 내내 바다 앞에 낮게 엎드립니다. 바다와 바다생명에세 애도와 사죄를 보내는 행동하는 기도이고 의식같다고 합니다.

 모레와 플라스틱을 분리하는 모습. 에코오롯

이 작업은 바다와 플라스틱에 대한 작업이면서, 우리가 초래한 자연의 파괴 앞에서 느끼게 되는 여러 감정에 대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작년에 했던 비치코밍이 떠오릅니다. 다양한 쓰레기들이 바다에 널려있었고, 그 수많은 쓰레기들을 줍느랴 허리 한 번 피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쓰레기를 버린 인간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뿜어져 나왔는데, 저도 인간이 더라구요. 제가 100% 이곳에, 혹은 땅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린적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었고, 일상속에서 실천하는 환경습관은 저에게 불편한 진실을 계속해서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모래 속에 숨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찾기 위해 절을 하듯 몸을 낮춰 끊임없이 모래를 쓰다듬는 ‘플라스틱 만다라’ 참가자들. 에코오롯

마주하는 불편함을 통해 자연을 향한 애도

이 작업도 바닷가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줍는 과정이 예쁜 플라스틱으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면서, 이 비극의 원인을 제공한 나를 직시하는 과정에서 불편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지 않고 그대로 경험하고자 노력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우리 때문에 죽어간 수많은 생명들에 대한 최소한의 애도 방식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눈 앞에 놓인 수많은 기후변화의 증거 앞에서 눈을 돌리는 대신, 우리의 삶의 방향을 바꾸려면 불편함을 쳐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작가는 생각합니다.

출저│플라스틱만다라. 에코오롯

" 이 작업은 끝내 무엇이 되지 못할 것이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태어나고 소멸되는 원, 만다라, 그 진리 속에 놓이는데 플라스틱은 생성되었으나 사라지지도, 사라지게 할 수도 없다. 나는 끝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이 작업을 통해서 우리가 초래한 고통을 직시하고, 마음의 불편함을 감당하여, 모래사장을 기어 다니며 주운 플라스틱 몇 줌만큼의 축복은 바다로 보내고 싶다. "

 

 

활동모습│플라스틱 만다라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plasticmandala/